고전소설 현대역 50선

구운몽 6

pitagy 2023. 3. 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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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운이 위로하여 말하였다.

 

승상께서는 과히 슬퍼 마시고 첩의 말을 들으십시오. 소저는 본디 천상에서 귀양왔는데 하늘에 올라 , 첩에게 이르되 양상서가 납채를 도로 내어 주었으니 부당한 사람이다. 무덤이나 제사를 지내는 대청에 들어와 조문(弔問)하면 나를 욕하는 일이니 아무리 죽은 혼령인들 어찌 노하지 아니하겠는가?’ 하였습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무슨 말을 하던가?”

 

춘운이 말하였다.

 

말이 있지만 차마 입으로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무슨 말이었느냐?”

 

춘운이 말하였다.

 

상서께서 춘운을 사랑하시라고 전하였습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소저가 이르지 아니한들 어찌 너를 버리겠는가.”

 

하루는 천자가 승상을 이끌어 보시고 말하였다.

 

승상이 부마를 사양하였지만 이제 정소저가 이미 죽었으니 무슨 말로 사양하겠는가?”

 

승상이 재배하고 말하였다.

 

정녀가 죽었으니 어찌 항거하겠습니까만 소신의 문벌이 미천하고 재덕이 천하고 비루하오니 당치 못할까 합니다.”

 

천자가 크게 기뻐하여 태사(太史) 불러 좋은 날을 가리니 구월 보름이었다.

상이 승상에게 말하였다.

 

경의 혼사를 확실히 결정치 못하였기에 미처 이르지 못하였는데, 짐에게 과연 누이가 있으니 하나는 영양공주요, 하나는 난양공주이다. 영양 공주는 정부인(正夫人) 정하고, 난양공주는 둘째 부인을 정하여 한날에 혼사를 행할 것이다.”

 

구월 보름을 당하여 혼례를 궐문 밖에서 행할 , 승상이 비단으로 만든 도포와 옥으로 띠를 하고 공주와 예를 이루니 위엄 있는 거동은 헤아리지 못할 바였다.

이날 밤은 영양공주와 동침하고, 다음날은 난양공주와 동침하고, 다음 날에는 진씨 방으로 갔는데, 진씨가 승상을 보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자 승상이 말하였다.

 

오늘은 즐거운 날인데 낭자는 무슨 일로 눈물을 흘리는가?”

 

진씨가 말하였다.

 

승상이 첩을 알아보지 못하시니 반드시 잊으신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 슬퍼하는 것입니다.”

 

승상이 자세히 보고 나아가 옥수를 잡고 말하였다.

 

낭자가 화음 진씨인 줄을 알겠군. 낭자가 벌써 죽은 알았는데 오늘 궁중에서 어찌 알았겠는가? 낭자의 집이 참화를 일은 차마 말하지 못하겠군. 객점에서 난리를 만나 이별한 후에 어느 날인들 생각지 아니하였겠는가.”

 

하며, <양류사> 서로 대하여 읊으니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승상이 말하였다.

 

처음에 베필을 기약하였다가 오늘날 첩을 삼으니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겠는가.”

 

진씨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처음에 유모를 보낼 첩되기를 원하였으니 무슨 원통함이 있겠습니까?”

 

하고, 서로 즐기는 정이 밤보다 배나 더하였다.

다음날 공주가 승상께 술을 권하다가 영양공주가 시비를 불러 진씨를 청하니 승사이 소리를 듣고 마음이 자연 감동하여 갑자기 생각하였다.

 

일찍이 정소저와 거문고 곡조를 의논할 , 소리와 얼굴을 익히 듣고 보았는데 오늘 영양공주를 보니 얼굴과 말소리가 매우 같구나. 나는 공주와 함께 즐겨하는데 슬프다, 정소저의 외로운 혼은 어디에 의탁하였을까?’

 

영양공주를 거듭 보고 눈물을 머금고 말하지 아니하자 영양공주가 잔을 놓고 물어 말하였다.

 

승상이 무슨 일로 마음을 슬퍼하십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일찍이 정사도 여자를 보았는데 공주의 얼굴과 소리가 매우 같아 자연 감동하여 그러합니다.”

 

영양공주가 말을 듣고 낯빛이 변하고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자 승상이 부끄럽고 열적어 난양공주께 고하였다

 

영양은 말을 그릇되다 여깁니까?”

 

난양이 말하였다.

 

영양공주는 태후의 딸이요, 천자의 누이입니다. 뜻이 교만하고 건방져 한번 그릇되게 여기면 마음을 좇지 아니하니 정가 여자가 비록 아름다우나 여염 처녀요, ??[원본에 없음] 백골이 진토되었는데 어찌 그런 비하십니까?

 

승상이 즉시 진씨를 불러 영양공주께 사죄하여 말하였다.

 

마침 술을 과히 먹고 망발을 하였으니, 원컨대 공주는 허물치 마십시오.”

 

진씨가 즉시 돌아와 승상께 고하였다.

 

공주가 하시는 말씀이 있었지만 첩이 차마 아뢰지 못하겠습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공주의 말씀이 비록 과하나 진씨의 죄가 아니니 전해보라.”

 

진씨가 말하였다.

 

공주가 화를 내시며 이르시되, ‘나는 황태후의 딸이요, 정녀는 여염집 천인입니다. 얼굴만 자랑하고 평생 보지 못하던 상공과 반나절을 함께 거문고를 의논하고 수작하니 행실이 아름답지 못하고, 혼인이 시기를 놓쳐 이루어지지 못하게 것에 심술이 나서 청춘에 죽었으니 복도 좋지 못한 사람입니다. 옛날 추호(秋胡)라는 사람이 따는 계집과 희롱할 아내가 듣고 말하기를, ’ 아무리 어질지 못하나 나를 생각한다면 어찌 상중(桑中) 유녀(遊女) 희롱하겠는가.‘ 하고 물에 빠져 죽었으니 내들 무슨 면목으로 상공을 대면하겠습니까. 나를 죽은 정씨에게 비하고 행실 없는 사람을 생각 하니 그런 사람 섬기기를 원치 않습니다. 난양은 성질이 양순하고 인정이 많으니 승상을 모셔 백년 해로하십시오.’ 하였습니다.”

 

승상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어 말하였다.

 

천하의 형세만 믿고 가장을 업수이 여기기는 영양공주 같은 사람이 없다. 부터 부마 되기를 싫어한 것은 이렇기 때문이다.”

 

하고, 난양공주에게 말하였다.

 

과연 정소저를 만나본 것에 곡절이 있습니다. 영양이 행실 없는 사람으로 책망하니 어찌 애닯지 아니하겠습니까?”

 

난양이 말하였다.

 

첩이 청컨대 들어가 알아듣도록 타이르겠습니다.”

 

하고, 즉시 돌아가 날이 저물도록 나오지 아니하고 시비를 시켜 승상께 전갈하여 말하였다.

 

알아듣도록 타일렀지만 도무지 듣지 아니합니다. 첩은 영양과 사생고락(死生苦樂)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영양이 깊은 방에서 혼자 늙기를 결단하니 첩도 상공을 모시지 못하겠습니다. 바라건대 진씨와 함께 백년을 해로하십시오.”

 

승상이 말을 듣고 분을 이기지 못하여 빈방에 촛불만 대하고 앉았는데, 진씨가 금으로 만든 화로에 향을 피우고 승상께 고하여 말하였다.

 

첩은 군자를 곁에서 모시지 못하기에 첩도 들어가니 승상은 평안히 쉬십시오.”

 

하고, 나가자 승상이 더욱 분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하되,

 

저희가 작당하고 가장을 이토록 조롱하니 세상에 이런 고약한 일이 어디에 있는가. 차라리 정사도 화원에서 낮이면 정십삼과 술이나 먹고, 밤이면 춘운과 희롱함만 같지 못하다. 부마된 삼일 만에 이토록 곤핍하니 어찌 분하지 아니한가?’

 

하고, 사창(紗窓) 여니, 이때 달빛은 뜰에 가득하고 은하수가 비껴 있었다. 잠깐 얼어나 신을 신고 배회하는데, 문득 바라보니 영양공주의 방에 등촉이 휘황하고 웃음 소리가 자자하기에 승상이 생각하되,

 

밤이 깊었는데 어떤 궁인이 이제까지 아니 자는가? 영양이 나에게 화가 나서 들어가더니 침실에 있는가?”

 

하여, 가만히 들어가 밖에서 엿들으니 공주가 쌍륙(雙六) 치는 소리가 역력히 들리거늘, 승상이 창틀로 보니 진씨가 여자와 함께 공주 앞에서 쌍륙을 치는데 자세히 보니 춘운이었다.

대개 춘운이 공주를 위하여 관광(觀光)하고 궁중에 머물렀지만, 종적을 감추어 보이지 않은 까닭에 승상이 알지 못하였다. 승상이 춘운을 보자 마음에 이상히 여겨 어찌 왔을까?’ 하는데, 문득 진씨가 쌍륙을 다시 벌이고 말하였다.

 

춘랑과 내키코자 하오.”

 

춘운이 말하였다.

 

첩은 본디 가난하여 내기하면 잔뿐이거니와, 진숙인(秦淑人) 귀한 공주를 모셔 명주 비단을 흔한 삼베 같이 여기고 팔진미를 변변치 못한 음식처럼 여기니 무엇을 내기코자 하십니까?”

 

진씨가 말하였다.

 

내가 지면 보패(寶貝) 끌러 춘랑을 주고 춘랑이 지면 내가 청하는 일을 하거라.”

 

춘운이 말하였다.

 

무슨 일을 청하십니까?”

 

진씨가 말하였다.

 

잠깐 말씀을 들으니 춘랑이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된다.’ 하니, 말을 자세히 듣고자 하오.”

 

춘운이 쌍륙판을 밀치고 영양공주를 향하여 말하였다.

 

소저가 평소 저를 사랑하시면서 어찌 이런 말씀을 공주께 하십니까? 진숙인이 들었으니 궁중에 있는 사람이 누가 아니 들었겠습니까?”

 

진씨가 말하였다.

 

춘랑이 어찌 우리 공주께 소저라 하는가? 공주는 대승상 위국공 부인이시오. 비록 나이는 어리나 작위가 이미 높으신데 어찌 춘랑자의 소저이겠는가?”

 

춘운이 웃으며 말하였다.

 

넘게 부르던 입을 고치기 어렵습니다. 꽃을 다투어 희롱하던 일이 어제인 듯해서 그러했습니다.”

 

하고, 서로 웃음 소리가 낭랑하였다.

 

춘랑의 말을 듣지 못하였지만 승상이 과연 춘랑에게 그토록 속았습니까?”

 

영양이 말하였다.

 

승상이 겁내는 거동을 보고자 하였는데 승상이 사리에 어둡고 완고하여 귀신을 꺼릴 알지 못하니, 옛부터 ()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색중아귀(色中餓鬼)라더니 과연 승상 같은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고, 모두 크게 웃었다.

 

승상이 비로소 영양공주가 정소저인 줄을 알고 한편으로 반가워 문을 열고 급히 보고자 하다가, 갑자기 생각하되 제가 나를 속이니 나도 또한 속이리라.’ 하고 가만히 진씨의 방으로 돌아와 누웠는데 하늘이 이미 새었다.

진씨가 나와 시녀에게 물어 말하였다.

 

승상께서 일어나셨느냐?”

 

시녀가 말하였다.

 

아직 일어나지 아니하셧습니다.”

 

진씨가 밖에 서서 일어나기를 기다리는데, 승상이 신음하는 소리가 때때로 들리거늘 진씨가 들어가 물어 말하였다.

 

승상께서 기체 평안치 않으십니까?”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눈을 바로 보며 헛소리를 무수히 하자 진씨가 물어 말하였다.

 

승상은 무슨 헛소리를 이리 하십니까?”

 

승상이 손을 내어 두르며 말하였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

 

진씨가 말하였다.

 

첩을 알지 못하십니까? 첩은 진숙인입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진숙인이 어떤 사람이냐?”

 

진씨가 놀래어 나아가 머리를 만져보니 심히 더웠다.

진씨가 말하였다.

 

승상 병환이 하룻밤 사이에 어찌 이토록 중하십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꿈에 정씨와 함께 밤새도록 말했더니 기운이 이러하다.”

 

진씨가 다시 물으나 승상이 대답지 아니하고 몸을 돌이켜 눕자, 진씨가 민망하여 시녀를 명하여 공주께 보고하였다.

 

승상의 병환이 중하니 빨리 나와 보십시오.”

 

영양이 말하였다.

 

어제 술을 먹은 사람이 무슨 병이겠는가. 우리를 나오게 함일 뿐이다.:”

 

진씨가 바삐 들어가 태후께 고하였다.

 

승상의 병환이 중하니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니 황상께 아뢰어 의원을 불러 치료하게 하십시오.”

 

태후가 말을 듣고 공주를 불러 꾸짖어 말하였다.

 

너희는 부질없이 승상을 과히 희롱했구나. 병이 중타하면 어찌 빨리 나가 보지 아니하느냐? 급히 나가 병이 중하거든 의원을 불러 치료하게 하라.”

 

공주가 마지 못하여 승상의 침소에 나와 영양은 밖에 서고 난양과 진씨가 먼저 들어가니, 승상이 난양을 보고 손을 내어 두르며 눈을 굴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안으로 소리쳐 말하엿다.

 

명이 다하여 영양과 영결하고자 하는데 영양은 어디에 가고 아니 오는가?”

 

난양이 말하였다.

 

승상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오늘밤 정씨가 나에게 이로되, ‘상공은 어찌 약속을 저버리십니까?’ 하며 술을 주어 먹었더니 말을 못하겠고 눈을 감으면 품에 눕고 눈을 뜨면 앞에 서니, 정씨가 나를 원망함이 깊은 모양인데 어찌 있겠는가?”

 

하고, 벽을 향하여 헛소리를 무수히 하고 기절하는 듯하자, 난양이 병을 보고 크게 겁내어 나와서 영양에게 말하였다.

 

승상이 저저(姐姐) 보고자 하여 병이 되었으니 저저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저는 급히 들어가 보십시오.”

 

영양이 오히려 의심하였지만, 난양이 영양의 손을 잡아 함께 들어가니 승상이 헛소리를 하는데 모두 정씨에 대한 말이었다.

난양이 크게 소리하여 말하였다.

 

영양이 왔으니 눈을 들어 보십시오

 

승상이 잠깐 머리를 들어 손을 내어 일어나고자 하자, 진씨가 나아가 몸을 들어 일으켜 앉히니 승상이 공주에게 말하였다.

 

공주와 백년해로하려 하였는데 지금 나를 잡아가려 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는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할 같습니다.”

 

영양이 말하였다.

 

상공은 어떤 재상이시기에 저런 허황된 말씀을 하십니까? 정씨가 비록 남은 혼이 있다한들 궁중이 깊숙하고 그윽하며 천만 귀신이 지키고 보호하는데 어찌 감히 들어오겠습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정씨가 지금 앞에 앉았는데 어찌 들어오지 못하리라.’ 하십니까?”

 

난양이 말하였다.

 

사람이 술잔의 그림자를 보고 병이 들어 죽었다더니 승상이 그러하십니다.”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손만 내어 두르자, 영양이 병세가 흄함을 보고 다시 속이지 못하여 나아가 앉아 말하였다.

 

승상이 죽은 정씨를 이렇듯 생각하니 정씨를 보면 어떠하시겠습니까? 첩이 과연 정씨입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부인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정씨의 혼이 지금 앞에 앉아 나를 황천에 데려가 전생의 연분을 맺자 하고 잠시도 머물지 못하게 하니 정씨가 어디에 있겠소, 불과 병을 위로코자 하여 정씨라 하지만 진실로 허망합니다.”

 

난양이 나가 앉아 말하였다.

 

승상은 의심치 마십시오. 과연 태후 낭랑이 정씨를 양녀로 삼아 영양공주를 봉하여 첩과 함께 상서를 섬기게 하였으니, 오늘의 영양공주는 전일 거문고 희롱하던 정소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얼굴과 말소리가 심히 같겠습니까?”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소리내어 말하였다.

 

내가 정가(鄭家) 있을 정소저에게 시비 춘운이 있었는데, 말을 묻고자 합니다.”

 

난양이 말하였다.

 

춘운이 영양을 뵈러 궁중에 왔다가 승상의 기후(氣候) 평안치 아니 하심을 보고 밖에 대령하였습니다.”

 

하고, 즉시 춘운을 부르니 춘운이 들어와 앉으며 말하였다.

 

승상께서는 기체 어떠하십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춘운 혼자만 있고 다른 사람은 나가시오.”

 

공주와 진숙인이 나와 난간에 나와 앉았는데, 승상이 즉시 일어나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해 춘운으로 하여금 데려오라.’ 하니 춘운이 웃음을 머금고 나와 전하자 들어갔다. 승상이 화양건(華陽巾) 쓰고, 궁금포(宮錦袍) 입고, 백옥선(白玉扇) 들고, 안석(案席) 비스듬히 앉았으니 기상이 봄바람 같이 호탕하고 정신이 가을달 같이 맑아 병들었던 같지 아니하였다.

 

가까이 앉으시오.”

 

영양이 들어온 줄을 알고 웃음을 머금고 머리를 숙이고 앉았다.

난양이 말하였다.

 

상공께서 기체 지금 어떠하십니까?”

승상이 정색하고 말하였다.

 

요새는 풍속이 좋지 못하여 부인이 작당하고 가장을 조롱하니, 내가 비록 어질지 못하나 대신의 위치에 있어 문란해진 풍속을 바로잡을 일을 생각하여 병이 들었는데 이제는 나았으니 염려마십시오.”

 

영양이 말하였다.

 

일은 첩들이 알지 못하거니와 승상의 병환이 쾌치 못하면 태후께 여쭈어 명의를 불러 치병(治病)코자 합니다.”

 

승상이 아무리 웃음을 참고자 하였지만, 실상 정소저가 죽었는가?’ 하였는데, 이날 밤에 소저가 살아 있는 줄을 알고 비록 속였으나 그리워하던 심사를 참지 못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크게 웃어 말하였다.

 

이제 부인을 지하에 상봉할까 하였더니 오늘 일은 진실로 속입니다.”

 

하며, 옥수를 잡고 희롱하니 원앙새가 초목 사이의 푸른 물을 만난 , 나비가 붉은 꽃을 사랑함을 이루 헤아리지 못할 바였다.

 

영양이 일어나 재배하고 말하였다.

 

이는 태후께서 어지시기 때문이며 황상 폐하의 성덕과 난양공주의 인후(仁厚) 하신 덕이오니 은덕은 백골이 진토되어도 갚지 못할까 합니다. 입으로 말씀드릴 있겠습니까?”

 

하고, 전후의 사연을 베푸니 만고에 듣지 못한 일이었다.

 

난양이 웃으며 말하였다.

 

영양은 심덕(心德) 아름다워서 하늘이 감동하신 것이니 첩이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이때 태후가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또한 속였다.”

 

하고, 즉시 불러 보시니, 두 공주가 태후를 모셔 있었다.

 

태후가 물어 말하였다.

 

승상이 죽은 정씨와 함께 끊어진 연분을 다시 맺으니 어떠하신가?”

 

승상이 땅에 엎드려 말하였다.

 

성은이 망극한데 만분지일이나 갚지 못하올까 합니다.”

 

태후가 말하였다.

 

나의 희롱함이 무슨 은혜라 하겠는가?”

 

이날 상이 군신 조회를 받을 , 군신이 아뢰어 말하였다.

 

요사이 경성(景星) 나오고, 황하수도 맑아졌으며, 풍년이 들었고, 토번이 살던 땅이 항복하니 진실로 태평성대인가 합니다.”

 

상이 겸양하였다.

 

하루는 승상이 대부인을 모시고자 하여 상소를 , 말씀이 지극하고 간절하여 상이 보고,

 

양소유는 극진한 효자이다.”

 

하고, 황금 일천 근과, 비단 팔백 필과, 백옥으로 꾸민 가마를 주며 말하였다.

 

즉시 대부인을 위하여 잔치하고 모셔오라.”

 

승상이 황태후께 하질할 , 태후가 비단으로 장식된 신을 주었다. 승상이 물러나와 공주와 진씨, 춘랑을 이별하고 발행하여 낙양에 다다르니, 계섬월과 적경홍이 벌써 객관에 기다리고 있었다.

승상이 웃으며 말하였다.

 

길은 황명이 아니요, 사사로운 용무로 가는데 낭자는 어찌 알고 왔는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대승상 위국공이자 부마도위(駙馬都尉) 행차를 깊은 산골이라도 아는데, 첩들이 아무리 산림에 숨었은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또한 승상의 부귀는 천하의 의뜸이라 첩들도 즐겁거니와 소문에 공주를 부인 삼으셨다 하니 알지 못하겠습니다. 첩들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분은 황상 폐하의 누이요, 분은 정사도의 소저이다. 황태후가 양녀를 삼아 영양공주를 봉하였으니 계랑이 정한 바이다. 무슨 투기(妬忌) 있겠는가. 공주가 유한(幽閑) 덕이 있으니 낭자의 복이다.”

 

섬월과 경홍이 크게 기뻐하였다.

승상이 발행하여 고향에 갔다.

각설이라.

승상이 십육세에 모친께 이별하고 과거에 갔다가 다시 사이에 대승상 위국공이 위의를 갖추고 대부인께 돌아가 뵈니, 부인 유씨가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네가 진실로 아들 양소유냐? 근근히 너를 기를 이리 어찌 알았겠느냐?”

 

하고, 반가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손을 잡고서 눈물을 흘렸다.

승상이 조상의 무덤을 깨끗이 제사지내고 임금께 받은 금과 비단으로 대부인을 위하여 친구와 일가 친척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고 대부인을 모셔 경성으로 올라 , 각도(各道) 수령이며 여러 고을의 태수(太守)들이 아니 모셔 따라오지 않았겠는가?

황성에 이르러 대부인을 모셔 승상부에 모시고 들어가 황제와 태후께 입조하니 황제가 불러 만나보고 금과 비단을 많이 상사(賞賜)하거늘, 택일하여 임금께서 내려준 집에 모시고 공주와 진숙인, 가유인을 예로써 알현(謁見)하고 만조 백관을 청하여 일을 잔치할 , 궁실 거처의 휘황함과 풍악 음식의 찬란함은 세상에 비할 없었다.

한참 후에 문지기가 고하였다.

 

밖에서 여자가 승상과 대부인 뵙기를 청합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분명 계섬월과 적경홍이다.”

 

하고, 대부인께 고하고 부르자, 섬월과 경홍이 머리를 숙여 계단 아래에 뵈니 진실로 절대 가인이어서 모든 손님들이 칭찬해 마지 않았다. 진숙인이 섬월과 옛정이 있기에 서로 만나 슬픔과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영양공주가 섬월을 불러 잔을 주어 말하였다.

 

이것으로 나를 천거한 공을 사례한다.”

 

대부인이 말했다.

 

너희는 섬월에게만 사례하고 두련사의 공은 생각지 아니하느냐?”

 

승상이 말하였다.

 

오늘날 이렇게 즐기는 것은 두련사의 덕이다.”

 

하고, 즉시 사람을 자청관(紫淸觀) 보내어 청하니 두련사는 촉나라에 들어가고 없었다.

이로부터 승상부 창기(娼妓) 팔백인을 동부와 서부를 만들어, 동부 사백은 섬월이 가르치고 서부 사백 인은 경홍이 가르치니 가무가 날로 새로워, 비록 이원(梨園) 배우들이라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하루는 공주와 여러 낭자가 대부인을 모셔 앉았는데, 승상이 편지를 들고 들어와 난양을 주어 말하였다.

 

이는 월왕의 편지니 보십시오.”

 

난양이 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지난번 국가에 일이 많아 낙유원(樂遊原) 말을 머물게 하는 좋은 기회와 곤명지(昆明池)에서 타고 노는 즐거운 일을 이제껏 못하였는데, 지금 황상의 넓으신 덕과 승상의 공명을 힘입어 천하태평하였으니, 원컨대 승상과 함께 봄빛을 구경코자 합니다.”

 

난양이 승상께 말하였다.

 

월왕의 뜻을 아시겠습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봄빛을 희롱코자 하는 것에 불과한 아닙니까?”

 

난양이 말하였다.

 

월왕의 뜻이 본디 풍류를 좋아하여 무창(武昌) 명기(名妓) 만옥연을 얻어두고, 승상 궁중에서 보았던 미인들과 한번 다투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승상이 웃으며 말하였다.

 

과연 그렇소이다.”

 

영양공주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아무리 노는 일이라도 어찌 남에게 수야 있겠습니까.”

 

하고, 계섬월과 적경홍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군병을 가르치기는 한번 싸움의 승패를 위한 것이니, 이날 승부는 낭자에게 있다. 부디 힘써 하라.”

 

섬월이 말하였다.

 

월궁의 풍류는 일국의 으뜸이요, 만옥연은 천하의 절색입니다. 첩의 얼굴과 음율이 부족하니 누를 끼치게 될까 두렵습니다.”

 

경홍이 말을 듣고 소리로 말하였다.

 

섬랑, 우리 사람이 관동 칠십 주를 돌아다녔지만 당할 사람이 없었는데 만옥연 사람을 두려워 하는가?”

 

섬월이 말하였다.

 

홍랑은 어찌 이처럼 자신하는가?”

 

하고, 승상께 고하였다.

 

“‘교만한 사람과 하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 하는데, 홍랑의 말이 과하니 패배할 같습니다. 홍랑의 얼굴이 아리따우면 승상이 어찌 남자로 속으셨겠습니까?”

 

영양이 말하였다.

 

홍랑의 얼굴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승상의 눈이 밝지 못한 것이지요.”

 

승상이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부인도 눈이 있으면 어이 남자인 줄을 모르셨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이럭저럭 월왕과 모이는 날이 되자, 승상이 의복과 안장 얹은 말을 각별히 가다듬어 모양을 내고 계섬월과 적경홍 팔백 창기를 거느려 좌우에 모시게 하니 진실로 춘삼월 복숭아 속이었다. 월왕이 또한 풍류를 성대히 갖추고 승상을 맞아 서로 자리를 정한 후에, 승상과 월왕이 말도 자랑하고 쏘는 법도 시험하여 서로 칭찬하는데 문득 심부름하는 사람이 고하였다.

 

어린 내시가 어명을 모셔 왔습니다.”

 

월왕과 승상이 놀라 일어나 맞이하니, 어린 내시가 임금이 내려준 황봉주(黃封酒) 부어 권하며 말하였다.

 

글제를 받들어 글을 지으라 하셨습니다.”

 

월왕과 승상이 머리를 조아려 재배하고 각각 사운(四韻) 시를 지어 보냈다.

이때 여러 빈객은 차례대로 벌여 앉았고 좋은 술과 맛난 안주를 한꺼번에 올리니, 위의가 찬란하고 음식이 난만하였다. 각각 풍류와 온갖 노래는 서왕모(西王母) 요지연(瑤池宴) 한무제(漢武帝) 백량대(柏粱臺)라도 미치지 못하였다.

월왕이 승상에게 말하였다.

 

승상께 조그마한 정성을 아뢰고자 하니 소첩 등을 불러 가무(歌舞)하여 승상을 즐겁게 하고자 합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제가 감히 대왕의 궁인과 상대하겠습니까? 또한 시첩(侍妾) 시켜 재주를 아뢰어 대왕의 흥을 돕고자 합니다.”

 

이에 계섬월과 적경홍과 월궁의 미인이 나와 뵈니 승상이 말하였다.

 

옛날 현종(玄宗) 황제 시절에 궁중에 미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부운이요, 얼굴은 일색이었습니다. 이태백이 미인을 보고자 황제께 청하였지만 겨우 말소리만 듣고 얼굴을 보지 못하였는데, 저는 대왕의 선녀를 보니 천상 선인(仙人)인가 하거니와 미인의 이름은 무엇이라 합니까?”

 

월왕이 말하였다.

 

미인은 금릉(金陵) 두운선(杜雲仙)이요, 진류(陣留) 소채아(少蔡兒), 무창(武昌) 만옥연(萬玉燕)이요, 장안(長安) 호영영(胡英英)입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만옥연의 이름을 들은 오래되었는데, 얼굴을 보니 과연 소문과 같습니다.”

 

월왕이 섬월의 성명을 들은 있어 물어 말하였다.

 

양랑자를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제가 과거 보러 오는 날에 마침 낙양 땅에서 섬월은 스스로 좇아왔고, 경홍은 연나라를 치러갈 한단(邯鄲) 땅에서 스스로 좇아왔습니다.”

 

월왕이 손벽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승상이 한림을 띠고 황금인을 차고 도적을 승전하고 돌아오니 적낭자가 알아보기는 쉬웠겠지만, 계낭자는 승상이 곤궁할 부귀할 줄을 알았으니 기특하구나.”

 

하고, 술을 가득 부어 섬월에게 상으로 주었다.

승상과 월왕이 장막 밖의 무사들이 쏘고 달리는 것을 보고 있다가 월왕이 말하였다.

 

미인이 말타는 재주를 봄직 하기에 궁녀 수십 인을 가르쳤는데 승상 부중(府中)에도 또한 있습니까? 원컨대 함께 사냥하며 즐거움을 ??[원문에 없음]지이다.”

 

승상이 크게 기뻐하여 즉시 수십 인을 뽑아 월궁녀와 승부를 다툴 , 경홍이 고하여 말하였다.

 

비록 활을 잡아보지는 아니하였으나 남이 쏘는 것을 익히 보았으니 잠깐 시험코자 합니다.”

 

승상이 기뻐해 즉시 활을 끌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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