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노래 04 _ 무감(無感)의 안개와 아홉 꼬리의 교향곡 1 다솜, 미류, 가람. 각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였지만, 그들조차 속수무책인 재앙이 찾아왔다. 당시 가장 번화했던 대도시, '위례(慰禮)'에 '무감(無感)의 안개'가 피어오른 것이다. 재앙은 소리 없이, 새벽녘의 물안개처럼 찾아왔다. 안개는 앞을 가릴 만큼 짙지도 않았고, 옷을 적실 만큼 축축하지도 않았다. 그저 세상의 모든 색채를 한 꺼풀 벗겨낸 듯, 잿빛 필터를 씌운 것처럼 얇고 투명하게 도시 전체를 감쌌다. 이상하게도, 그 안개 속에서는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고, 어떤 소리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날 아침, 위례의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무언가 달라졌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재앙의 첫 번째 증상이었다. #1. 침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