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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_마음정화사_06

여우의 노래 04 _ 무감(無感)의 안개와 아홉 꼬리의 교향곡 1 다솜, 미류, 가람. 각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였지만, 그들조차 속수무책인 재앙이 찾아왔다. 당시 가장 번화했던 대도시, '위례(慰禮)'에 '무감(無感)의 안개'가 피어오른 것이다. 재앙은 소리 없이, 새벽녘의 물안개처럼 찾아왔다. 안개는 앞을 가릴 만큼 짙지도 않았고, 옷을 적실 만큼 축축하지도 않았다. 그저 세상의 모든 색채를 한 꺼풀 벗겨낸 듯, 잿빛 필터를 씌운 것처럼 얇고 투명하게 도시 전체를 감쌌다. 이상하게도, 그 안개 속에서는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고, 어떤 소리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날 아침, 위례의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무언가 달라졌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재앙의 첫 번째 증상이었다. #1. 침묵의..

소설쓰기 2025.08.18

구미호_마음정화사_05

여우의 노래 03 _ 가람, 그림자 없는 짐승 북방의 험준한 산맥 '낭림령(狼林嶺)'. 그곳은 한때 비단길의 중요한 길목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죽음의 고개로 불리기 시작했다. 밤마다 나타나는 '그림자 없는 짐승'에게 상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것은 늑대도 호랑이도 아닌, 어둠 그 자체가 뭉쳐 만들어진 듯한 형상에, 인간의 무기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족의 수호자 가람이 이 소문을 듣고 낭림령으로 향했다. 칠흑 같은 검은 털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눈을 가진 그는, 탁기가 물리적인 형태로 발현된 악귀(惡鬼)를 베는 전문가였다. 그의 허리춤에는 '단(斷)'의 힘이 봉인된 칼이 매달려 있었다. 생존자의 증언 낭림령을 넘기 전 마지막 주막은, 활기 대신 공포..

소설쓰기 2025.08.14

구미호_마음정화사_04

여우의 노래 02 _ 미류, 거울 속의 미궁 피고 지는 꽃, 매향(梅香)의 슬픈 노래 개경 제일의 기루 '월영각(月影閣)'. 그곳에 열다섯의 매향이 처음 들어왔을 때, 기루의 대모(代母)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저 아이는 월영각의 격을, 아니 개경 전체의 격을 바꿔놓을 재능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매향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천재였다. 시(詩)와 서(書), 화(畵)에 두루 능했고, 특히 가야금 선율은 듣는 이의 애간장을 녹일 만큼 신묘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어린 나이에, 기루의 가장 잔인한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밤새 고뇌하여 지은 시 한 수는, 권세가들의 고상한 칭찬 한마디를 얻을 뿐이었지만, 작게 핀 매화 같은 그녀의 입술이 짓는 수줍은 미소 한 번은, 비단옷과 값비싼..

소설쓰기 2025.08.11

구미호_마음 정화사_03

3화. 여우의 노래 01 _ 다솜, 상사화(相思花)의 눈물 이야기는 한여름, 비단처럼 윤기 나는 녹음이 절정에 달했을 때 시작된다. 남쪽의 유서 깊은 양반 가문, '월하정(月下亭)'의 정원은 시간이 멈춘 듯 스산한 늦가을의 풍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붉고 노란 잎들이 생기 없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연못의 물은 온기를 잃었으며, 그곳을 찾는 이들은 까닭 모를 깊은 고독감에 휩싸여 시름시름 앓다 나오곤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치유사 다솜은 홀로 월하정을 찾았다. 그는 인간의 슬픔에 너무 깊이 공감한 나머지, 자신의 털빛마저 은은한 슬픔을 머금은 푸른빛을 띠는 구미호였다. 정원에 들어선 순간, 다솜은 공기 중에 짙게 배인 '그리움의 메아리'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다. 닿지 않을 인연을 ..

소설쓰기 2025.08.10

구미호_마음정화사 02

2화. 업보의 홍수, 엇갈린 신념 태석의 힘은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그는 가뭄이 든 마을에 찾아가 기우제를 지내 비를 내렸고, 역병이 도는 곳에서는 신묘한 주술로 병자들을 구원했다. 물론 그 힘의 대부분은 약한 물의 정령을 윽박지르거나, 병마(病魔)의 기운을 다른 산짐승에게 옮기는 식의 편법이었지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태석을 '살아있는 신'이라 칭송하며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기 시작했다. 사건은 어느 해 여름, 남쪽 지방을 덮친 거대한 가뭄에서 터졌다. 남쪽의 땅은 죽어가고 있었다. 태양은 자비가 없었다. 몇 달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텅 빈 백색으로 빛나며, 마치 거대한 돋보기처럼 대지를 태우고 있었다. 남쪽의 풍요로웠던 땅은 이제, 거대한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소설쓰기 2025.08.08

구미호_마음정화사_01

아래 글은 제가 직접 쓴 소설입니다. 현재 문피아에 연재하고 있으며, 문피아 연재 일주일 후 이 곳에도 공개합니다.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름대로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꾸며 보았습니다. 앞으로 우리 신화 속의 존재들을 새롭게 조명해 보는 소설을 계속 써 볼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장막 이전의 서곡(序曲): 조화와 균열의 시대 아주 오랜 옛날, 세상에 단 하나의 태양과 하나의 달이 뜨던 시절. 인간계와 신계의 구분은 무의미다. 신(神)은 인간의 밭에 스며드는 햇살 속에 깃들어 풍요를 속삭였고, 용(龍)은 강 깊은 곳에 잠들어 있다가 가뭄이 들면 몸을 뒤척여 비를 뿌렸다. 아이들은 숲에서 나무의 정령인 목매(木魅)와 숨바꼭질을 했고, 할머니들은..

소설쓰기 2025.07.26

작은 성공이 쌓이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우리 아이의 성장 이야기

오늘은 아이들의 학업과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주제인 ‘작은 성공 경험’과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많은 부모님들께서 우리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고, 큰 목표를 이루기를 바라십니다.하지만 큰 목표만 바라보다 보면 그 길에서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습니다.이때 부모님께서 꼭 기억해 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바로 작은 성공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결국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점입니다.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며 수많은 도전과 마주합니다.단순히 “수능 1등급을 받아야 해” 같은 큰 목표만을 생각하면 그 과정에서의 작은 성취를 무시하기 쉽습니다.하지만 오늘 외운 영어 단어 20개, 오늘 풀었던 수학 문제 중 어려운 ..

생각정리 2025.06.09

탐구 과목 변경에 대한 고찰: 성공적 전략 수립을 위한 구체적 진단법

수험생이 학습 과목의 변경을 고려하는 것은 현재의 학습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족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이어지는 고민 역시 실효성 없는 공상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공적인 과목 변경은 막연한 기대가 아닌, 냉철하고 구체적인 분석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과목 변경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최선의 결과로 이끌기 위한 구체적인 진단 과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1단계: 현 상황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분석과목 변경을 논하기에 앞서, 현재 학습 중인 과목의 문제점을 명확히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령,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해 탐구 2등급이 필요하지만, ..

입시 이야기 2025.06.09

이미지 트레이닝과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 최강인 이유가 무엇일까요?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독특한 트레이닝 방법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이미지 트레이닝입니다. 선수로부터 과녁까지의 공식적인 거리는 70m이며, 과녁에서 10점을 받을 수 있는 과녁의 크기는 12.2 cm 라고 합니다. 실제로 70m 거리에서 12.2cm의 과녁을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능을 통해 12.2cm에 불과한 과녁을 아주 크다고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맞힌다고 머리속으로 상상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죠.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하다보면 우리의 뇌와 몸은 실제로 그렇다고 믿게 되고, 실제 과녁 앞에 서면 과녁이 아주 크게 보인다고 합니다. 우리도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시험을..

생각정리 2025.06.03

"공부하다, 공부 하다, 공부를 하다" 구분하기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서 ‘공부하고’는 붙여 써야 한다. ‘어려운 공부 하느라 낑낑대는 아이’에서 ‘공부 하느라’는 띄어 써야 한다. 같은 ‘공부-하다’인데 왜 띄어쓰기가 달라질까. ‘힘들게’는 부사어이고 ‘어려운’은 관형어이기 때문이다. 부사어는 용언(동사, 형용사)을 수식하는 문장성분이다. 따라서 ‘신나게 놀다, 밖으로 나가다, 매우 많다’에서 보듯이 부사어 뒤에는 용언이 나와야 한다. 반면에 관형어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수식하는 문장성분이다. 따라서 ‘신나는 놀이, 우리의 소원, 새 책’에서 보듯이 관형어 뒤에는 체언이 나와야 한다.이제 ‘어려운 공부 하다’와 같이 띄어 써야 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공부’는 체언이지만 ‘공부하다’는 용언이다. 따라서 ‘공부하다’를 붙여 쓰면..

국어이야기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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