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현대역 50선

방한림전_03(끝)

pitagy 2023. 5. 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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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방관주가 오랑캐를 치러 떠나다

 

각설. 정덕 천자께서 점차 바른말을 아뢰는 신하를 괴롭게 여기시고 간신을 사랑하사 환관이 국정을 농락하니, 나라의 서울이 위태롭고 사방이 요란했으며, 충신들이 벼슬을 그만두고 분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더라. 방상서 탄식함을 마지않고, 또한 자주 상소 올려 간신들을 물리치시라고 아뢰었으나, 천자는 상서를 사랑하면서도 마침내 뜻을 바꾸지 않으시니, 상서도 어쩔 수 없이 오로지 부인과 더불어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세월을 보내더라. 아첨하는 신하들이 국권을 농락해 천하가 위태함이 아침저녁 같더니 문득 북방 오랑캐가 반란을 일으켜 강병 수만 명을 거느리고 대국을 침범하니, 그 형세가 가장 두려운지라.

천자가 근심하사, 문무 중신들을 모으고 의논하실새, 한 명도 말하는 자 없이 서로 구경만 하더라. 이때 홀연 한 소년 명사가 자줏빛 도포를 끌고 옥패를 당당하게 차고 나왔는데, 그 풍채는 우람하고 기상이 가을밤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보름달 같더라. 이에 앞으로 나와 아뢰기를,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들의 재앙이 나라에 미쳤으니, 안으로는 간신이 밖으로는 반란군이 있으니, 신하 된 자는 마땅히 먹고 자는 것이 편하지 않을 것이기에 어찌 태연하게 지낼 수 있겠사옵니까?

미천한 신하가 비록 재주는 없으나, 바라건대 대병을 내어주시면 북방 오랑캐를 평정하고 사직을 보호하여 폐하의 성은을 갚겠나이다.”

 

천자께서 보시니, 병부상서 방관주라. 얼굴에 기쁜 빛을 띠고 무릎을 모으고 단정하게 앉아 칭찬하면서 말씀하시기를,

 

경은 한나라 때 급암과 같은 신하라. 짐이 어찌 공경하지 않으리오. 경이 만일 한번 수고를 아끼지 않고 오랑캐 땅을 평정하고자 하니, 이는 국가의 크나큰 다행이요. 온 백성의 큰 복이니, 짐의 근심이 없어질 것이라.”

 

하니, 상서가 은혜에 감사해하며 아뢰기를,

 

변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급하오니, 내일이라도 출발하고자 하나이다.”

 

천자께서 더욱 기뻐하시며 병부상서 방관주를 대원수 정북 장군으로 임명하시고, 친히 금으로 장식한 인끈을 채우시고 십만의 많은 병사와 백여 명의 명장을 내어주시니, 원수가 명을 감사하게 받들고 대궐 문을 나오니, 삼정승 육상서가 모두 치하하며 말하기를,

 

선생이 병사를 이끌고 나가시니, 무엇을 근심하리오?”

 

하니, 원수가 옥대를 어루만지며 천천히 대답하기를,

 

여러 공들의 믿는다는 말을 들으니, 학생이 나라의 은혜를 갚고자 출전을 지원하기는 했으나, 본래 군사를 부리는 재주가 없어 나라의 병사를 욕되게 할까 두려워하나이다.”

 

하자,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일시에 소리를 내어 원수의 재주와 덕망을 추앙하더라.

 

상서가 집으로 돌아오니, 영부인이 두 마리 봉황을 수놓은 관을 빗겨 쓰고 비단 저고리에 붉은 명주 치마를 끌고 패옥 소리를 낭랑하게 울리면서, 상서를 맞이하더니, 상서의 허리에 금 인끈이 비스듬히 채워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묻기를,

.

상공이 무슨 일로 대도독의 인끈을 차고 있느뇨?”

 

하니, 상서가 고운 손으로 금 인끈을 끌러놓고 붉은 비단으로 만든 관복을 부인에게 벗기게 한 후, 뚜렷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대장부가 천하에 출세하여 요순처럼 어진 임금을 돕고 있는데, 어찌 대장이 되지 못하리오?

옛날에 소진이 가난할 때는 집에 돌아와도 형수와 아내가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더니, 훗날 육국의 재상이 되었을 때는 형수와 아내가 다 베틀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이고 땅에 엎드렸다고 하더이다.

부인은 내가 문관의 소임을 맡을지언정 백만 장졸을 호령하는 대장의 재주는 없을까 여겼다가, 이에 장군이 됨을 보고 괴이하게 여기심이 심하도다. 내가 북방 오랑캐를 향하느니, 오랑캐 땅은 험한 곳이라 생사가 여기에 달렸으니, 부인은 내가 떠나는 것이 괴로울까 하노라.”

 

하자, 부인이 크게 놀라며 말하기를,

 

첩이 상공과 혼인하여 머리를 올린 지 칠 년 만에 오늘날 만리타국에 가시게 되었는데, 어찌 슬프지 않으리까? 알지 못하겠으니, 능히 병사를 다스리는 재주가 있으시오?”

 

하니, 상서가 답하기를,

 

그대 나와 극진한 벗으로서 오히려 나를 모르는 도다. 내 비록 한 자 칼을 쓸 줄 모르고 활시위도 당겨보지 않았지만 조금도 염려할 것이 없으니, 모름지기 그대는 안심하고 몸을 잘 보존하라.”

 

하고는, 화목한 이야기를 이윽히 나누다가 술을 내와 함께 십여 잔을 마시고는, 대나무 베개에 기대어 곱고 낭랑한 소리로 이별시를 읊었는데, 부인이 화답하여 함께 쓰니, 그 시에서 이르기를

 

밖으로는 부부라는 이름이 있고,

가슴 가운데는 지기가 보이도다.

오늘 아침 일 년 넘게 이별하려니,

슬프고 애련한 마음 한 조각 머무는구나.

 

영부인이 화답하는 시에서

 

떼 지은 기러기는 북녘 하늘에 날고,

쌍 제비는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는도다.

어진 벗이 나라를 위하여 출발하니,

이별하여 천 리 먼 곳으로 가도다.

 

시 쓰기를 마치고 상서와 부인은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하더니, 이럭저럭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장졸들이 북을 울리며 깃발을 세우고 출발할 시각을 아뢰니, 상서가 낙성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 짓기와 글쓰기를 부지런히 하라고 당부하니, 공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절을 하고 명을 받들더라. 이어 부인과 이별할 때 처량하고 슬픈 눈물이 어리었으나, 가련히 하직하고 궁궐에 이르러 천자께 하직하고, 출발함을 아뢰니,

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경은 나라에서 소중한 신하이니, 이제 만 리 밖의 흉악한 도적을 물리치러 떠나느니, 짐이 좌우 팔과 다리를 모두 잃은 듯하거니와, 경은 쉬이 오랑캐를 평정하고 짐이 바라는 뜻을 잊지 마라.”

 

하니, 상서가 엎드려 아뢰기를,

 

신이 재주가 적사오니, 어찌 성은을 다 갚사오리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편안히 지내시기를 바라나이다.”

 

하고, 하직함에 천자께서 애틋하게 여기사, 상방검을 주시며 가로되,

 

명령을 어긴 자는 먼저 베고 나중에 보고하라.”

 

하시니, 원수가 명을 받자와, 절월을 높이 들고 북으로 군사를 몰아갈새, 그 기세가 엄숙하고, 칼과 창은 서리 같고, 말은 사나운 범 같았으며, 나부끼는 깃발들은 햇빛을 가리우되, 지나는 곳마다 추호도 백성을 침범하지 않으니 백성들이 대나무 그릇에 밥을 담고 병에 술을 담아 천자의 군대를 맞더라

 

11. 방관주가 오랑캐와 싸워 물리치다

 

원수가 출전하여 오랑캐 땅에 이르러 진영을 설치한 후 호왕에게 격서를 전하니, 호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보게 하였으니,

 

명나라 대원수 병부상서 태학사 정북 장군은 글로써 먼저 호왕에게 죄를 문책하느니, 위로는 하늘이 있고, 가운데 임금이 계시며, 아래로는 땅이 있으니, 천자는 곧 하늘이요 제후는 백성이라. 게다가 임금은 온 신하와 백성의 부모라. 이제 너희 무리가 대국의 신하라 하며 감히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고 하늘에 항거하니, 이는 스스로 패망을 취한 것이라. 내가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특별히 무도한 오랑캐를 쓸어 버리려고 하느니, 만일 항복한다면 모든 겨레를 벌하는 화를 면할 것이나, 그러지 않은즉 용서하지 아니하리라.”

 

하였더라. 호왕이 크게 화를 내어 이에 병사를 몰아 싸움을 청하니, 오랑캐 장수가 많다 하나 어찌 방원수의 용병술을 당하리오. 원수가 호통치고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오랑캐 군사들이 크게 패하니, 주검이 산 같고, 피가 흘러 시내가 되니, 원수 싸움에 이겨 여러 장수에게 상을 내리고, 깨트릴 계교를 생각하더라.

호왕이 패하고 남은 군사를 수습하니, 겨우 천여 명만 남았더라. 울분을 마지않더니, 문득 한 신하가 큰소리로 아뢰기를,

신이 마땅히 방원수를 잡고 천하를 얻어 대왕께 바치고, 소장 등의 공적을 온 천하에 밝히리이다.”

 

이에, 호왕이 놀라서 보니 승상 야율달이라. 호왕이 묻기를,

 

경에게 재주와 계교가 있느뇨?”

 

하니, 율달이 아뢰기를,

 

신이 어렸을 때 한 벗이 있었는데, 기이한 술법이 있는 고로 익히 배웠사오니, 이는 몸을 감추고 바람과 구름이 되어 사람을 해치는 술법이옵니다. 신이 오늘 밤 당당히 명나라 진영에 나아가 방관주를 죽이고 진영을 깨뜨려 대왕의 근심을 덜겠나이다.”

 

하자, 호왕이 크게 기뻐하며 보검을 내어주니, 율달이 변신하여 한줄기 검은 기운이 되어 명나라 진영으로 향하더라. 이날 밤 방원수는 진중에서 홀로 조용히 촛불을 돋우고 앉았더니, 소매 안으로 한 점괘를 보니 불길함을 놀라 창밖에 나와 천문을 보니, 자기 진중에는 승전하는 상서로운 구름이 서려 있고, 오랑캐 진중에는 살기가 등등하더라. 다만 명나라 진중에 살기 한 줄기가 쏘여 있기에, 매우 놀라 생각하기를,

 

반드시 자객이 오리라.’

 

원수는 장막 안으로 들어와 등불과 촛불을 물리치고 보검을 잡은 채 몸을 숨기고 있었더니, 삼경이 되자 창틈으로 좇아 한 줄기 검은 기운이 살기를 띠며 들어오거늘, 원수가 칼을 들고 평생의 힘을 다해 검은 기운의 한쪽 마루를 끊어버리니, 홀연히 한 소리를 지르면서 꺼꾸러지는지라.

본즉, 한 오랑캐라. 몸이 두 조각으로 나누어졌는지라. 붉은 피가 방 안에 가득하였으니, 봉황 같은 눈썹을 찡그리고 급히 장졸을 불러 주검을 치우라고 하니, 여러 장수들이 들어와서 원수의 사납고 날쌤을 탄복하더라.

다음날 원수가 율달의 머리를 깃발에 매달고 싸움을 돋우니, 호왕은 율달이 죽음을 알고 크게 놀라 간담이 서늘해져 넋이 나갈 정도가 되니, 묘계가 다하여 없어지더니, 문득 호왕에게 한 미인이 슬프게 통곡하며 아뢰기를,

 

신첩은 야율 승상의 총첩이오니, 금일 지아비의 원수를 갚고자 하나이다.”

 

하니, 호왕이 보니, 달녀의 얼굴이 아름다운 얼굴에 슬픔을 띠고 있었으니, 왕이 불쌍히 여기며 말하기를,

 

과인이 친히 맞붙어 싸우려고 하였더니, 네 마땅히 선봉이 되어 공을 이루면 원수도 갚으리라.”

 

달녀가 눈물을 머금고 갑옷과 투구를 갖추어 나는 듯이 말에 오르니, 호왕이 진영을 벌려 명나라 진영과 마주하고 싸움을 돋우니, 방원수도 여러 장수들을 지휘하여 진문의 깃발 아래로 나섰는데, 호왕이 바라보니 한 소년 대장이 머리에는

봉황의 깃을 단 투구를 쓰고, 몸에는 황금으로 된 쇄자갑에 붉은 비단으로 수놓은 전포를 껴입었으며, 허리에는 양의 기름 덩이같이 빛나는 백옥으로 만든 띠를 두르고 있었으며, 곱디고운 흰 손으로 긴 창을 잡고 천리마를 탔는데, 얼굴은 백옥같은 호걸이요, 재주와 기상이 세상을 뒤덮을 만큼 뛰어난 영웅이라.

풍채는 가을밤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 같고, 기개가 당당하고 웅장하면서도 맑고 깨끗했으며, 도량은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진중하여, 하늘의 신이 내려와 자기가 가진 재주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듯했으나, 짐짓 분 바른 하랑이요 소복 입은 반악이더라.

바라보니 간이 떨어지고 넋이 나가 털과 뼈가 움츠러들고 털끝이 쭈뼛해지니, 싸울 의사가 없어져 가로되,

 

이기고 지는 것은 사람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으니, 바라건대 진법을 겨뤄보고, 못 이길진대 사람이 머리를 돌려 항복함이 어떠리오?”

 

하니, 원수가 웃으면서 이르기를,

 

오랑캐와 재주를 겨루는 것은 불가하나, 네 하고자 하니 시험하리라.”

 

호왕이 먼저 큰 고함을 내지른 후 징과 북을 치며 군사를 지휘하여 일시에 진을 쳤는데, 원수가 비웃으며 말하기를,

 

이것은 팔괘진으로, 진을 치기가 쉬우니라. 내 진을 칠 테니 보아라.”

 

하고 일시에 대포를 쏘며 진을 쳤는데, 그 진법이 기이하여 어디로 들고 모르더라. 원수가 이르기를,

 

이 진의 이름을 아느냐?”

 

하니, 호왕이 이윽히 보다가 이르기를,

 

이것은 천문주작진이니, 어찌 모르리오.”

 

하니, 원수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네가 이 진을 다 알겠느냐?”

 

하고, 말을 마치자 호왕의 뒤에서 한 여자 장수가 내달아 외치기를,

 

오늘 방원수를 죽여 원수를 갚으리라.”

 

하고, 일시에 호왕과 합세하여 나서니, 두 진영이 싸워 승부를 가릴 수가 없더라. 원수가 화살 하나로 달녀의 가슴을 맞히니, 한 소리를 지르고 말에서 떨어져 죽으니, 호왕이 달녀가 죽는 것을 보고 급히 말을 돌려 달아나려고 할 때, 모든 병졸들이 함성을 지르며 진을 둘러 호왕을 가두니, 마침내 벗어나지 못하고 사로잡히니, 방원수 진을 풀고, 장막 안으로 돌아와 호왕을 묶을 것을 끌러주고 말하기를,

 

이기고 지는 것은 전쟁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오히려 마음으로 항복할 뜻이 없거든 다시 돌아가 승부를 다투고자 하노라.”

 

하니, 호왕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여 이르기를,

 

원수께서 이 한목숨을 살려주시면 마땅히 항복 문서를 갖추어 항복의 뜻을 이르리다. 어찌 감히 뉘우치는 뜻이 없으리오.”

 

하니, 원수가 기쁘게 칭찬하여 말하기를,

 

그리한즉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리오?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깨달음이 지극히 귀하다고 하셨으니, 왕이 잘못을 뉘우쳤다면 곧 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놓아 보내니, 호왕이 감격하여 돌아가 항복 문서를 올리니, 항서에 올린 말이 공순하고 죄를 가득하게 일컬었는지라. 원수가 크게 기뻐하며 호왕을 후하게 대접하고 병마를 돌이킬새, 호왕이 잔치를 베풀어 원수를 대접하고 백 리 밖까지 나와 전송하더라.

원수가 군사를 일으킨 지 여덟 달에 해가 바뀌었는지라.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화살 같아서 천 리씩 행군하더라. 이때 천자는 방원수가 승전해 오랑캐를 평정하고 회군한다는 첩서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원수를 우승상 강릉후에 봉하고 겸하여 구석을 하사하시고, 사신을 마중 보내시니, 이때 군마가 유하촌에 이르러 사신을 맞아 향안을 차리고 조서를 읽으니 하였으되,

 

짐이 경이 승전해 오랑캐 땅을 평정하고 돌아오니, 그 공이 매우 넓고 크도다. 특별히 작은 벼슬과 봉으로 정을 표하노니, 모름지기 너무 사양하지 말고 빨리 돌아와 짐을 기쁘게 하라.”

 

하였으니, 원수가 황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북쪽을 향해 천자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고, 이어서 가지고 온 재물을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나눠주고, 행군하여 서울에 이르러 바로 천자께 조회할새, 천자가 반기사 손을 잡고 못내 반기시고, 전쟁터에서 수고한 공로를 재삼 칭찬하며 상으로 술을 내려주시니, 승상이 외람하여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호왕을 평정한 것은 폐하의 큰 복과 사직의 성덕이며, 여러 장수들의 힘 덕분이오니, 신에게 무슨 공이 있겠사옵니까? 더욱 새로 내리신 벼슬은 외람하온지라 복을 잃을까 두려우니, 황송하오나 성스러운 명령을 거두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천자께서 붙들어 몸을 일으키라 하시고, 영부인을 진국 부인에 봉하고, 강릉후의 부모를 추존하여 아버지는 평양후에 봉했으며, 어머니 보씨는 한국 부인에 봉하시니, 승상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은혜에 감사하며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또한 부모님을 추존하매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슬픔을 금하지 못하더라.

이윽고 승상이 조정에서 물러나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의 높고 낮은 사람들의 환성이 봄바람 같았고, 낙성 공자도 마중 나와 재배하매, 승상이 애정 어린 눈으로 손을 잡고 기뻐하고, 내당으로 들어가 사당에 절을 올려 뵈오니, 속절없는 영위만 반길 뿐이니, 슬픔을 이렇듯 해 영화를 고할 곳이 없고, 부모님을 일찍 여읜 탓에 어른이 되어서도 효도 한번 다 하지 못하고 보잘것없는 증직만 이루었을 뿐이니, 손길 닿은 곳마다 슬픈 마음이 절로 일어나 흐르는 눈물이 넓은 소매를 적시더라.

부인과 더불어 반김이 측량 없더니, 문득 서평후가 와서 승상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것과 벼슬이 더욱 높아진 것을 극구 치하함이 비할 곳이 없고, 딸아이와 사위를 보니, 둘 다 대인의 풍모더라. 딸은 붉은 비단옷을 입고 다섯 줄 명패와 일곱 줄 면줄을 드리운 왕후의 복색이요, 승상은 아홉 마리 용이 그려지고 아홉 줄 면줄이 드리워진 통천관을 쓰고 있어서 풍채가 더욱 신기하고 기이하니,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기쁘게 웃으며 말하기를,

 

너희 부부 모든 일을 마음대로 이루었으나, 자녀가 많지 않으니 어찌 흠이 아니리오.”

 

하니, 부인이 나직이 고하기를,

 

오복을 모두 갖춘다는 것은 쉽지 못하오니, 또한 저희는 성을 이을 아이가 있사오니, 어찌 우리에게 결함이 있사오리까?”

.

승상은 웃음을 머금고, 서평후는 기뻐할 뿐이더라.

 

 

12. 김추밀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다

 

각설. 어느덧 김추밀의 딸의 나이가 열두 살이 되매, 혼사를 이루고자 하여 택일해 보내니, 팔월 스무날이라. 이때 낙성의 나이도 열두 살이라. 신장이 늠름하고 풍채가 준수해 물속에서 날아다니는 비룡 같았더라. 부모가 귀중하게 여김이

비길 곳이 없고, 재주와 명성이 온 나라에 자자하더라.

승상과 부인은 며느리를 쉬이 보고자 하여 간절히 기다리더니, 이윽고 길일이 되니 좌우 축하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좋은 술과 음식이 낭자하더라. 방공자가 혼례복을 정성 들여 곱게 차려입고 금 안장이 채워진 백마를 타고 따르는

행렬이 백 리를 늘어서고 생황, 피리, 북 등으로 연주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더라.

추밀의 집에 이르러 전안을 맞고, 신부에게 가마에 오르기를 재촉하니, 추밀이 활짝 웃으며 방공자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너는 내가 사랑하는 사위로다. 늙은 아비가 무슨 복으로 이런 영웅을 얻어 슬하의 재미를 삼게 되었을꼬? 최장시를 짓는 것은 떳떳한 시흥이라. 어진 사위는 사양하지 말고 지으라.”

 

방생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산호 붓을 들어 꽃무늬가 그려진 좋은 종이 위에 휘둘렀는데, 그 빠르기가 세찬 풍운 같아서 마치 붓끝에 쇠로 만든 자를 드리운 듯 순식간에 시를 지어 추밀에게 바치더라. 김공이 보니 이백과 두보처럼 글재주가 뛰어나고 자건처럼 시를 짓는 것이 신속함이 있는지라. 이를 좌우의 여러 손님들에 자랑하니 치하함이 분분하더라. 김소저가 꽃가마에 오를 때, 추밀이 경계하여 말하기를,

 

남편을 공경하고 시부모를 지극한 효로 섬기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자며 옛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현숙한 여자를 본받도록 하라.”

 

하고, 모친이 허리띠와 수건을 매어주며 경계하여 이르기를,

 

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안일을 부지런히 하여, 온순하게 자신을 낮추어 남편을 예로 섬기고, 부모의 명과 경계를 잊지 마라.”

 

하고, 당부하니, 소저가 명령을 받든 뒤 가마에 오르니, 방공자가 순금으로 된 자물쇠로 가마의 문을 잠그고 가마를 호송해 돌아오니, 등불과 깃발을 들고 따라오는 사람들이 햇빛을 가리더라.

 

김추밀 집안으로 돌아와 해월각 대청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두 신랑 신부는 용무늬가 그려진 꽃돗자리에 올라 서로 절을 올릴새, 시부모와 좌우에 모인 빈객들이 보니, 연꽃 같은 신부의 안색과 옥 같은 귀밑머리와 붉은 얼굴이 몹시 기이하고 오묘했으며, 조용하고 그윽하며 곧고 깨끗한 태도는 이루 대적할 사람이 없을 것이고, 신랑 또한 관옥처럼 아름답고 잘생긴 얼굴에 늠름하고 호탕한 풍채를 지녔으니, 삼생 동안 이어질 아름다운 인연이요 당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이라. 부부가 쌍쌍이 절을 주고받고 시부모에게 폐백을 올릴 때는 걸음은 향기로운 구름이 일어나는 듯하니, 시부모는 크게 기뻐함을 눈가와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고, 좌우에서도 떠들썩하게 치하하더라.

신부의 숙소를 부용각으로 정해주니, 신부가 예식복을 벗고 꽃 병풍에 의지하였더니, 방생이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신방으로 나아가니, 신부가 꾸밈없이 몸을 일으켰다가 앉고 몸을 수습하는 태도는 더욱 아리땁고 산뜻하니, 방생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원앙이 맑고 푸른 물을 만난 것처럼 했다.

김소저가 인하여 시부모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고 남편을 예로 대접하니, 승상과 부인이 소저를 지극히 사랑하고, 방생 또한 소저를 매우 귀하게 대하더라. 이때부터 승상은 조정에 일이 없으면 곧바로 해월각으로 가서 며느리를 앞에 앉히고 지극히 사랑하며, 부인과 더불어 시를 짓거나 바둑을 두니 미진한 심사가 없더라.

이해가 다 가고 다음 해 봄 천자께서 과거를 베푸셨는데, 방생이 과거 시험장에 나가 과거시험에 응시할새, 갑과에서 뽑히니, 그날 천자께서 장원에 급제한 방생의 이름을 부르고, 어사화와 푸른 도포를 내려주시니, 방생이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뵈오니, 모부인이 고운 손을 잡고 기뻐하며 말하기를,

 

네 부친이 열두 살에 장원을 하셨더니, 너 또한 열세 살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했으니, 이 모든 것이 선조들께서 쌓아오신 덕 덕분인가 하노라.”

 

하자, 승상도 매우 기뻐하며, 인하여 큰 잔치를 베풀어 축하하더라. 천자께서 방장원의 벼슬을 돋우어 도어사를 내리시고. 김소저에게는 봉황이 그려진 관과 꽃신을 내려주시니, 가문의 영광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더라.

방어사가 맡은 직책을 다스리매, 청렴하고 정직하게 수행함을 아버지와 같이 하니, 천자께서 사랑하사 칭찬하며 말하기를,

 

방낙성은 옥당에서 제일가는 명사가 되어 충절과 재주와 명망이 아비보다 못하지 않도가.”

 

이렇게 자식을 가르침을 더욱 기특하게 여기도다. 매양 승상을 불러 어주를 하사하시더라. 세월이 빠르게 흘러 두어 해 지나니, 김소자가 옥동자를 하나 낳으니, 승상과 부인이 그 아이를 손 안의 보물처럼 사랑함이 어사도 김씨를 더욱 귀하게 대했으며, 어린 아들을 몹시 사랑해, 이름을 현이라 하고 자를 방백이라 하다.

 

13. 도사가 방관주의 죽음을 예견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승상이 조회를 마친 후 천자를 모셨더니, 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짐이 경의 문필을 사랑하니, 문필을 받아 병풍을 만들어 침전에 치고자 하되, 번거롭고 요란스러운 일들이 많았기로 못하였는데, 오늘은 조용하니 글을 지어 금박을 입혀서 올리도록 하라.”

 

하니, 승상이 아뢰기를,

 

마땅히 재주가 기특하고 필획이 아름다운 명필을 얻어 폐하의 침전에 두고 보셔야 할 터인데, 어찌 신처럼 글재주가 없는 사람에게 시를 지어 바치라 하시나이까? 비록 그러하나 이처럼 하교하시니, 한번 못난 재주로 폐하의 웃음을 돕겠사옵니다.”

 

하니, 천자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좌우에 일러 얇고 흰 비단 여덟 폭과 용미연과 봉미필을 주시니, 승상이 비단을 펼치고 즉시 글을 써 내려가니, 글제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고 주저 없이 재빠르게 글을 쓰는 승상의 신기하고 기이한 재주에 탄복하시더라.

마지막으로 글자에 금박을 입혀서 어탑에 받들어 올리니, 천자께서 더욱 기특하게 여기며 받아 보시니, 필획이 정밀하면서도 공교하고 글자체가 맑고 깨끗해 광채가 났으며, 글도 지극한 정론이라.

 

천자께서 보시고는 마치신 후, 탄복하고 칭찬하며 말씀하기를,

 

경의 문장과 필법을 익히 알고 있었거니와, 이토록 기이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얻어 금자로 새기고자 했지만 오래도록 얻지 못했더니, 오늘에야 소원을 이루었도다. 무엇으로 공을 보답하리오?”

 

하니, 승상이 정색을 하고 아뢰기를,

 

용렬한 신의 재주를 폐하께서 과장하오시니, 부끄럽고 송구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 어찌 그것을 공이라 하시나이까? 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옵나이다.”

 

하니, 천자께서 웃으시고 손수 쓰신 책 두 권과 황금 서진 한 쌍, 그리고 칠보로 장식한 통천관을 내려주시니, 승상이 머리를 조아려 은혜를 감사하고 물러 나오더라. 천자께서 즉시 장인에게 금자로 병풍을 만들어 침전에 치게 하시고, 그 뛰어난 재주를 칭찬하시더라.

 

승상이 집으로 돌아와 부인을 대하며 연석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하사받은 책과 서진을 어사를 불러 이르기를,

 

내가 임금께 얻은 것을 네게 전하노라.”

 

하니, 어사가 크게 기뻐하며 두 손으로 받아 공손하게 물러나더라. 통천관은 자기가 쓰는데, 부인이 냉소하며 이르기를,

 

군자는 상으로 내려 받은 것을 아들과 그대는 나누어 가지되, 어찌하여 첩에게는 주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이옵니까?”

 

하자, 승상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것들은 모두 부인에게 쓸모없는 것이라 가히 부인에게 주지 않았거니와, 지금 부인 몸에 위에 걸친 위엄은 다 내게서 비롯한 바이기에 흡족하거늘, 투정하시니 부인의 욕심이 지나치게 심하도다.”

 

하니, 부인이 가만히 웃으며 말하기를,

 

나에게 쓸모없는 것이 그대에게만 홀로 쓸모가 있으리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쾌활한 척하시나이까?”

 

승상이 웃던 얼굴을 찡그리고 흥이 사그라들어 말하기를,

 

부인은 그런 말을 들먹이지 마오. 지금 사람들은 나에게 벼슬아치라 할지언정, 깊이 의심하지는 않더이다.”

 

하니, 부인이 가만히 웃기만 하더라.

 

이때 방어사의 명망이 올라, 천자께서 병부상서를 제수하시니, 조정과 민간이 모두 놀라고 천자의 총애도 날로 더하시니, 뉘 아니 방상서를 추앙하지 아니하리오.

 

승상이 상서에게 경계하여 이르기를,

 

네 불과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벼슬이 일품에 오르고, 정승에 이르렀으니, 조물주가 시기할까 두려운지라. 옛말에 이르기를, 그릇에 차면 넘치고 달이 뚜렷하면 줄어든다고 하니, 이는 당연한 것이라. 무릇 사람이 일을 당한 후에는 뉘우쳐도 소용없으니, 내 아이는 모름지기 마음을 닦아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도록 힘쓰고, 충성을 가다듬어 우리 선조의 명예를 욕되게 하지 마라.”

 

하니, 상서가 명을 받든 후에 더욱 조심하니 충성과 효성이 날로 더하더라.

 

승상이 하루는 외헌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홀연 갈건을 쓰고 학창의를 입은 사람이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으니, 기골이 신선처럼 고상하고 우아하기에 승상이 놀라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황급히 의관을 바로 하고 맞으며 아뢰기를,

 

귀한 손님께서 누추한 곳에 찾아오셨는데, 생각 없이 앉아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오래 서 계시게 하였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나이다. 대청으로 오르시기를 청하나이다.”

 

하니, 그 사람이 허리 굽히며 대답하기를,

 

빈도는 천산 도사이러니, 잠깐 작은 술법이 있어 관상을 보곤 하나이다. 잠깐 이른 것이나, 어찌 귀인께서 맞아 주시기를 생각했겠나이까?”

 

하니, 승상이 활짝 웃으면서 말하기를,

 

도인께서 신이한 재주를 가지신 듯하니, 제 얼굴도 보아주소서.”

 

하자, 묵묵히 있다가 대답하기를,

 

그대의 이마는 보름달처럼 넓고 눈썹이 팔자로 높고 맑으니 비록 재주는 많으나, 부모를 일찍 여일 것이요, 코가 살지고 두 귀뺨은 희미한 복사꽃 같으니 나아가서는 장수로 들어와서는 정승으로 공을 세워 만인지상이 될 것이며, 두 눈이 가늘고 길며 흐르는 빛이 물결 같으니 재기가 넘치고 지극히 귀하게 될 것이요, 입술은 단사를 찍은 듯 얇으니 말주변은 소진처럼 뛰어나고, 치아는 백옥처럼 희니 짐짓 나라를 위태롭게 할 만한 얼굴이옵니다. 그러나 너무 아름답기에 도리어 부부의 즐거움이 없을 것이요, 이마에 한 점 사마귀가 있고, 피부가 너무 맑고 빼어나서 자녀가 없을 얼굴이요, 골격이 아담하고 풍치가 있되,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속세의 태가 전혀 없으나, 수명은 사실을 넘지 못할 것이옵니다. 반드시 오래지 않아서 하늘나라의 옥황상제께 조회하게 되리이다. 이미 소견대로 고하였으니, 당돌함을 용서하소서.”

 

말을 마치고, 한줄기 맑은 바람이 되어 간 곳이 없고, 다만 꽃부채가 하나 놓여 있더라. 승상이 집어서 보니 도사의 글이었데, 그 글에 이르기를,

 

음양을 바꾸어 임금과 세상을 속였으니, 그 벌이 없지 아니하리로다. 하늘의 궁전에서 색을 좋아했기에, 이승에서 부부의 즐거움을 끊긴 것이니, 스스로 그 죄를 아는가? 그릇에 차면 넘치고 영화가 지극하면 슬픔이 오느니, 이제 옥황상제께서 옛 신하를 보고자 하시는 도다. 바라건대 공은 명년 삼월 초사흘 만나게 될 것이라.”

 

하였더라. 승상이 그 글을 다 보고 나서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하여 이르기를,

내가 일개 아녀자로 남자 행세를 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어찌 천벌이 없겠는가? 편안하고 태평함이 극에 달하면 이윽고 재난이 온다고 하였으니, 이제 돌아가 옥황상제께 조회하고 부모님도 만나기가 소원이나, 다만 부인이 나 때문에 인륜을 알지 못하고, 공연히 젊은 시절을 헛되이 마치니, 가련하나, 저 또한 더할 수 없이 맑고 깨끗하여 부부의 도리를 괴로워하는 사람이라. 서로 기대하여 유비·관우·장비가 한날 죽지 않은 것을 낮게 여기더니, 이제 내 죽으면 누구를 의지하리오, , 가련하고 안타깝도다.”

 

안석에 의지해 하늘 끝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되, 남아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흐느끼더라. 초가을 팔월에 김소저가 또 아들을 낳았는데, 아름답기가 구슬 같아서, 아들 현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니 승상과 부인이 크게 기뻐였더라.

 

 

14. 방관주가 천자에게 여자임을 밝히다

 

슬프도다. 어느덧 이해가 가고 다음 해 봄이라. 방승상이 큰 잔치를 베풀고 사흘 동안 조정의 모든 관리와 옛 친구와 친척들을 초대해 즐길새 승상이 다시는 이처럼 경사스러운 잔치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을 슬피 여겨, 옥 술잔을 잡고 처량하게 슬픈 노래를 읊조리니, 그 소리가 곱고 청아하며 낭랑하고도 맑아 흘러가는 구름이 멈추고 봉황이 마주 서서

춤을 추는 듯하여,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저절로 슬픈 마음이 일어나 탄식하더라. 승상의 얼굴빛을 고치고, 오래도록 눈물을 머금고 있으니, 여러 사람이 놀라서 묻기를

 

상공께서는 바야흐로 청춘이신데, 어찌 이렇듯 불길한 시를 지어 읊조리시나이까?”

 

하니, 승상이 처량한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제가 본래 기질이 약하고 질병이 있어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할지라. 비록 아직 청춘이지만 생각건대 다시 이같이 즐기지 못할지라 자연 슬픈 마음이 일어 가사를 지었는데, 여러분께 염려를 이룸이라.”

 

이어서 승상이 술상을 물리치고 안석에 의지해 몹시 슬퍼하면서 봉황 같은 눈에서 눈물을 흘려 소매를 적시니, 여러 사람들이 매우 불안해 여겨 다만 위로하고, 상서가 안색을 평안히 하여 기쁨을 가지시라 간청했으나, 승상이 탄식하고 상서의 손을 잡고 슬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지라. 이에 뜰 가득 모여 있던 빈객들이 모두 안타까워하면서 흩어지더라.

이날 밤 상서를 데리고 내당으로 들어가 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 혹은 탄식하여 기쁜 이야기로 즐기지 아니하니, 며느리가 더욱 송구스러워하고 또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영부인은 그가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할 줄 알고 길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우리 두 사람이 사십 년을 영화롭게 지냈으니, 태평함이 지극하면 슬픔이 오는 것은 떳떳한 일이라. 오직 결단하느니, 우리 두 사람이 생사를 서로 따르리라.”

 

하니, 승상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비록 우리가 지기의 정이 두터우나, 부인은 어찌 생사에 따르려 하나이까?”

 

하자, 상서가 나아가 고하기를,

 

어찌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밖으로는 삼강오륜 중 부부유별의 이름이 있고, 안으로는 관중과 포숙아의 지음이 있사오니, 함께 백년을 약속하셨는데, 어찌 불길한 말씀을 하시나이까?”

 

두 사람이 그 근심함을 보고 도리어 관심을 두고 위로하더라. 이달부터 음식의 맛이 없고, 몸이 수척해지더니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니, 영부인과 며느리 김부인은 망극하여 천명만 기다리더니, 어느 날 밤 꿈인 듯이 선친을 만나니 가로되,

 

네 일개 소녀로 이같이 영화롭고 귀하게 되니, 또한 천명이지만,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아니하니, 네가 건장한 골격이 아니라 이 병을 이기지 못하리니, 어찌하리오?”

 

하니, 승상이 묻고자 하나, 또 말씀하시길,

 

오래지 않아 만날지니 내 바삐 가노라.”

.

하고, 서둘러 나아가니, 승상이 잠에서 깨어났으나 꿈의 일들이 분명했으나, 부모를 만나 한마디 말도 못하고 훌훌히 떠나보내니 탄식하더라.

부인에게 꿈 이야기를 이르고 슬퍼하니, 부인도 간과 쓸개도 다 녹는 듯하였으나, 억지로 참고 위로하더라. 이후 승상의 병세가 더욱 위중해지니, 상서 내외가 망극하여 천지신명께 빌어, 살길을 바라고, 천자께서도 어의를 보내어 간병하시고, 약탕을 친히 달여 보내고 우려하시나, 조금도 차도가 없으니, 천자께서 아끼고 슬퍼하사 다시 보지 못할까 염려해 친히 승상의 집에 이르시니, 승상이 병약한 몸을 움직여 조복을 몸 위에 걸치고 천자의 어가를 맞이하니, 천자께서 승상의 용모가 보시니 수척하고 숨이 가빠 며칠을 지탱하지 못할 듯하니, 천자의 얼굴이 참혹해지고 놀라서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리시고 손을 잡고 슬퍼하사, 말씀을 이루지 못하시니, 승상이 상서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감사의 인사를 올리더라. 또한 자기의 본색이 죽은 뒤에 알려진다면 천자를 속이는 일이니,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마음을 굳게 정하고 병든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아뢰기를,

 

신이 오늘 용안을 마지막으로 뵈오니, 그간의 소회를 모두 말씀드리고자 하오니, 성상께서는 죽을 죄를 용서하소서.”

 

하니, 천자께서 가라사되,

 

경에게 무슨 소회가 있느냐?”

 

승상이 귀밑으로 구슬 같은 눈물을 비 오듯 흘리고 오열하며 아뢰기를,

 

신은 본디 여자이옵니다. 부모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소견으로 부모 사후에 가문이 망할까 염려하여, 열두 살 때에 폐하께서 널리 인재를 구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하려고 나왔다가 폐하의 성은을 입사와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간 본색을 차마 아뢰지 못했사옵니다.

또한 영공이 강요를 입어 부득한 연고가 생겼으며, 영녀 또한 처음부터 신의 본색을 알고서도 성품이 괴이하여 발설하지 않고, 한낱 지기가 되어 다른 사람의 시비를 속인지 오래되었사옵니다.

오늘에 천벌을 받아 황천에 가게 되오니, 그간의 소회를 모두 아뢰옵나니, 낙성도 신의 친아들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주신 것이어서 신이 기른 것이옵니다.

죽기에 이르러 마침내 폐하를 속일 수가 없어 실상을 모두 아뢰옵고, 또한 신이 규중의 여자로 몸을 함부로 드러내 예법을 흩트렸기에, 감히 팔뚝 위의 주표를 보여드리고 속인 죄를 청하고자 하나이다.”

 

말을 마치고 넓은 소매를 걷어 올려 옥처럼 고운 팔뚝의 주표를 드러내어 천자께서 보시기를 바라니, 천자께서 전혀 뜻하지 않게 그 참된 사정을 들으시고 매우 놀라고 의심하시더니, 크게 칭찬하여 말씀하시기를,

 

오늘 경의 실상을 들으니 놀랍고도 기특하다. 경은 어질면서도 기이한 사람이도다. 규중 여인의 지혜가 어찌 이 같으리오. 규중의 연약한 몸이 이토록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고 굳세어 적진을 대할 때마다 신출귀몰하며 싸움마다 이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짐은 경의 신체와 용모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되, 오직 키가 다른 신하들에 비해 작고 수염이 없는 것을 괴이하게 여겼으나, 망연히 깨닫지 못해 경의 인륜을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했으니, 이는 짐이 어리석고 사리에 밝지 못한 탓이로다. 백 번 뉘우치고 천 번 애달파할지라도 누구를 원망하리오. 경은 안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길 바라노라. 짐이 마땅히 저버리지 아니하리라. 경의 절행은 주표를 아니 보아도 어찌 모르리오.”

 

하시고, 이상하고 기이하게 여기심을 마지않으사 재삼 위로하시더라. 승상이 가까이 십칠 년 동안 언제나 조정에 들어와 남장으로 다니고, 태학사로서 문연각에서 숙직을 할 때도 함께 있던 관리들이 허다하나 그 주표를 들키지 아니 한 것을 희한하게 여기셨더라. 또한 영씨의 높은 절개와 맑은 덕을 칭찬하며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탁월하고, 의협심이 강한 여인이라고 탄복하시니, 천자를 모시던 여러 신하도 아니 놀라며 희한하게 여기는 이가 사람이 없더라.

승상이 머리를 두드리며 죄를 청하여 아뢰기를,

 

소신이 폐하를 속인 죄는 백번 죽어도 갚기 어려운 일이오니, 다스려주시길 바라나이다.”

 

하니, 천자께서 위로하시기를,

 

경은 만고에 다시없을 영웅이요, 절개가 굳은 여자로다. 이 세상에 짝이 없으리니 어찌 죄가 하리오.”

 

하며, 재삼 너그러운 말로 위로하시니, 이에 승상이 대승상 광록후의 인장을 받들어 올리니, 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가당치 않다. 경의 공덕이 몹시 넓고 크며, 또 몸은 적절하지 않은 여자이나, 처신은 한결같이 남자로 하였으니, 어찌 벼슬을 거두리오. 경이 다 낫거든 처치하리니, 경은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까 두려울 뿐이니 침소에 들라.”

 

하시며, 재삼 당부하면서 뛰어난 재주와 높은 충절을 차마 잊지 못해 감탄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니, 승상이 길이 하직을 고하며 아뢰기를,

소신이 회복하지 못할 것이기에, 폐하께 마지막 인사를 바치옵니다. 용안을 다시 뵙지 못하고 지하에 가게 되었으니, 엎드려 바라건 성상께서는 천 년 넘도록 오래오래 사옵소서. 신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지 마옵소서.”

 

말을 마치고, 눈물을 비 오듯이 흘려 비단 도포를 흠뻑 적시더라. 천자께서도 처연히 눈물을 흘리며 재삼 승상을 위로하고 궁으로 돌아가시더라.

15. 방관주와 헤빙이 세상을 함께 떠나다

 

승상은 붓과 먹을 구하여 명정을 친히 쓰고, 향을 넣어 끓인 물을 재촉하여 목욕을 한 뒤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그러고는 영부인과 아들 부부를 영결했는데, 영부인이 눈물 때문에 황하의 물이 불어나더라. 승상이 길게 탄식하고 오언시 한 수를 지어주고 이르기를,

 

아아, 슬프도다.”

 

하니, 부인이 받아 보고 화답하며 슬퍼하더라. 서평후가 이날에야 사위의 본색을 알고 넋이 나갈 정도로 놀라서 승상의 집으로 달려와 딸의 팔을 빼 보니, 옥처럼 고운 팔 위에 앵두 같은 점 하나가 뚜렷하여 붉은빛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탄식하며 말하기를,

 

승상을 몰라본 것은 다 내가 허술하고 어설픈 탓이거니와, 네 처신은 인정 밖이라. 지금까지 부모를 속인 것이 옳은 일이냐?”

 

부인이 처량하게 고하기를,

 

제가 한갓 승상을 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부질없이 부모님이 놀라실까 함이러니, 아버지의 말씀을 듣자오니, 죽고자 해도 죽을 땅이 없사옵니다.”

 

하니, 서평후도 슬퍼하며 탄식하기를 그치지 않더라. 승상은 상서와 김소저를 가까이 오라고 해 경계하고 영결하니, 상서와 김소저가 망극하여 진정하지 못하더라. 날이 기울도록 영부인과는 영결하는 말이 침착하면서도 간절하더라. 아아, 슬프도다. 이윽고 승상의 기운이 다하여 목숨이 끊어지니, 이때 승상의 나이 서른아홉 살이더라.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통곡 소리가 하늘까지 넘쳐흐르고, 영부인이 자주 기절하니, 영공이 옆에서 붙들고 구완하고자 했으나, 영부인은 기운이 다해 숨을 가쁘게 헐떡이다가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으니, 아아, 애석하도다.

그러하나 또한 천명으로 돌아가, 하늘 위에서 두 사람이 유쾌하게 즐기는 도다. 서평후 부부 간장이 다 삭고 오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하더라. 영공이 딸의 시신을 어루만지며 흰 소매를 눈물로 적시면서 말하기를,

 

너의 뛰어난 재주와 용모, 화려한 자태, 크고 훌륭한 덕이 가히 아깝도다.”

 

아아, 슬프도다. 영부인 또한 목숨이 끊어졌으니, 어찌 불쌍하지 아니하리오. 천자께서 상국이 별세함을 들으시고, 애통하고 한탄하시며, 나흘 동안 고깃국물을 물리치시고, 널 등 장례에 쓰이는 온갖 기물을 국가의 장례로 하시고, 초상에서부터 졸곡에 이르기까지 모두 남자처럼 장례 치르라고 하시니, 그 해와 달 같은 충절과 관옥 같은 얼굴을 생각하시매, 보배를 잃고 수족을 베인 듯해서 침전에 들어가 있을 새, 금자 병풍을 보시니 용루로 어의를 적시었으니, 해를 꿰뚫을 만한 승상의 풍모를 천자께서 비길 데 없이 총애하셨음을 알 것이라.

이때 상서와 김소저는 비록 친부모는 아니었으나 은혜로 길러주신 은혜가 깊어 두터운 정이 매우 넉넉하였더라. 육친을 잃은 고통을 연이어 만나니, 머리를 풀어 헤치고 통곡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몸이 여윌 정도로 예를 갖추되, 보통의 예를 넘도다. 해와 달이 물 흐르듯 하여 발인하는 날이 임박하니, 신중하게 장례의 뜻을 모으니, 위엄과 격식을 갖춘 상여가 수백여 리에 늘어졌고, 붉은 명정과 흰 만사는 길 가운데서 펄럭이거늘,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의 곡소리가 천지를 움직이니, 근심스러운 구름이 참담하여 밝은 해마저 희미해지더라. 장사를 마치고 속절없이 반혼하여 돌아오니, 영부인과 생사를 같이한 지기로 한 무덤에 묻히게 된 것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아름다운 이야기요, 천고의 기이한 일이라. 상서 내외는 슬퍼 부모의 자취가 깊음을 아침저녁으로 눈물을 흘리며 삼 년 상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가볍게 운 일이 없고, 너무 슬퍼 심하게 통곡한 탓에, 기운이 쇠약해져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니, 이때 사람들이 효성과 의리에 탄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천자께서도 자주 조문하시고, 소상과 대상 때는 제물과 예관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게 하시니, 천자의 총애가 이토록 넓고 컸으니, 저승으로 돌아가도 은혜에 감격하리라. 상서가 삼 년 상을 마친 후 더욱 슬퍼하더라.

방상서가 탈상한 뒤에 천자께서 상서를 불러 위로하시고 벼슬을 높여 참지정사 태중대부에 제수하시니, 상서가 마지못해 조정에 나아가 충성을 다하고 맡은 일을 청렴하고 강직하게 처리함이 선친에 못지않으니, 사람마다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

 

 

16. 방관주의 기이한 이야기를 남기다

 

방참정이 김부인과 화락하게 지내어 자녀를 많이 두었으며, 그 뒤에 둘째 부인을 맞이하니 부인이 자색이 매우 뛰어나 평범함을 뛰어넘더라. 김부인이 지극히 이씨를 사랑해 두 사람이 아황과 여영의 풍채와 태도가 있어서 집안이 화목함이 있더라. 이에 주변에서 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참정은 한결같이 소중하게 대하는 것을 집을 다스리는 법도로 삼았으나, 오히려 김부인을 더욱 극진히 하니, 이는 어린 나이에 머리를 올리고, 부모님의 상을 함께 모신 것이기에 자연히 마음이 조금 더 간 것일 뿐, 두 사람의 외모에 차이가 없었더라.

참정은 자녀를 많이 낳아 김부인과의 사이에 칠남삼녀를, 이씨와의 사이에 일남이녀를 두었으니, 자녀는 하나하나가 옥처럼 아름다운 나뭇가지요, 여수에서 나는 좋은 금이였더라. 아들들은 풍류와 문장을 겸비했으며, 딸들은 꽃다운 얼굴과 고운 자태를 갖춘 백희의 높은 절개와 부녀자로서 지녀야 할 어질고 너그러운 덕행을 갖추었고, 사위들도 모두 뛰어나서 서주의 영웅호걸 같았으며, 며느리들은 요조숙녀였더라.

참정의 벼슬이 점점 올라가 가정 때는 우승상 진양후에 봉해졌으며, 후에 위국공이 되어 부귀가 빛나고, 열 명의 아들도 모두 벼슬이 높았으며, 장자인 현은 정승의 지위에까지 올랐으며, 진양후 부부 세 사람은 모두 칠십여 살에 세상을 떠나니, 남자 손자는 오십여 명이요, 여자는 이십여 명이나 되었더라. 이보다 번성한 가문이 없었으며, 열 명의 아들도 모두 승상의 위엄과 풍모를 이어받아 벼슬이 일품에 이르렀으니, 가문의 빛남과 부귀가 명나라 조정에서 으뜸이더라.

위국공의 복록과 방승상의 기이한 일과 영부인의 의협한 기질에 탄복하고, 방승상의 육촌 형제간인 민한림의 부인 방씨는 위국공의 복록과 그 집 사적을 잘 아는 고로, 괴이한 말로 대략만을 기록해 세상에 전하나니, 비록 일가친척이었지만 현명공의 몸이 여자인 것을 알지 못하였더니, 현명공이 임종할 때 천자께 본색을 고백한 이후에야 깨달아, 전후로 해서 기이한 말이 많았지만, 규중 여인의 견문이 고루하고 담이 모호하여 세세한 이야기는 빠지고 대강만 기록하여, 위국공의 행적 또한 매우 신기하고 기이해 후세에 전할 것이 많지만, 책의 권수가 너무 많아지면 번거로울 듯하고, 혼미한 정신을 거두지 못하여 시작을 못했으니, 가히 안타깝고 애석하도다.

민한림 부인의 정신이 가물가물하고 어두운 것은 더욱 한탄할 일이더라. 애초 현명공의 소상 때 위국공 부부가 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통곡하다가 기이한 꿈을 얻었는데, 꿈에 승상과 부인이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아들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우리는 본래 천상의 문곡성과 상아성이었는데, 부부간의 정이 너무 깊어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맡은 일도 아예 돌보지 않았더니 옥황상제께서 밉게 여기어 태을성이 우리를 농간하려고 옥황상제께 아뢰니, 상제께서 문곡성은 방가에 내치고. 상아성은 영가에 내치셨으니, 문곡성은 본래 남자이기에 남자의 사업을 해야 하는데, 태을이 희롱하려고 여자로 태어나게 하고, 헛된 이름으로만 부부가 되게 하여 천상에서 너무 방자하게 한 것을 벌함이라. 지난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우습고 한심하구나. 이제 모두 예전과 같이 화락하게 지내고 있으니, 너희는 서러워하지 말고 부디 가문의 명예를 빛내고 만수무강하라.”

 

하고 표연히 하늘로 올라가니, 위국공이 기이하게 여겼으나 발설하지 아니하다 일을 다 마무리한 뒤 부인에게만 알림이라. 그런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니 이에 기록하노라. 이 책을 베낄 데 잘못된 글자와 마구 쓴 글자가 많으니 보는 분은 살펴보소서. 경자년 윤팔월 초 육일 옮겨 쓰다. 보시는 분은 잘 보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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